"섀도보팅 없으면 주총 안건 73% 통과 못할 것"… 비상 걸린 기업들

입력 2017-11-28 19:04   수정 2017-11-29 08:20

섀도보팅 폐지 '발등의 불'

정부가 발주한 연구 용역 결과
"소액주주들 무슨 수로 오게 하나"… 의결정족수 못 채울 듯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에 막혀 감사 선임도 못할 판
상장사 70곳, 급한 불 끄려 이달 임시주총 개최



[ 김병근 기자 ] 코스닥 상장사 H사에서 주주총회 관련 실무 업무를 하는 A부장은 요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현 감사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지만 섀도보팅이 폐지되는 연말까지 차기 감사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다. 그는 “섀도보팅(그림자 투표)을 폐지하는 대신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대주주 지분율(특수관계인 포함)은 50%를 넘는다. 하지만 감사 선임 때는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섀도보팅이 없어지는 내년부터는 소액주주들의 도움 없이는 감사를 뽑기 어려워진다.


◆비상 걸린 상장사들

섀도보팅 폐지가 코앞에 닥치자 상장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 상장사가 내년 주총에서 보통결의에 필요한 ‘전체 주주의 25% 이상 찬성+참석주주의 50% 초과(과반수)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 선임뿐 아니라 재무제표를 승인받기도 어려워진다. 인수합병(M&A)이나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찬성+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가 필요한 안건은 더욱 처리하기가 힘들어진다.

상장사가 사외이사·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하거나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하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이후 1년 안에 사유를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1831곳 가운데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이 25%에 미치지 못하는 곳은 438곳(23.4%)이다.

‘대주주 의결권 3%룰’이 적용돼 감사 선임이 어려워지는 상장사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상장협은 추정하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연내 임시주총 ‘카드’를 꺼낸 상장사들이 늘어난 배경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옴니시스템, 미래컴퍼니, 이그잭스, 인지디스플레이 등과 유가증권시장의 대우전자부품 등 70곳이 이달에 임시주총을 열었거나 열 예정이다.

법무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실시한 ‘섀도보팅 실태 분석 및 폐지에 따른 대응방안 연구’ 용역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3년간 섀도보팅을 통해 의결된 주총 안건 6268개 가운데 73.2%(보통결의 기준)가 섀도보팅이 없었다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측은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의결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섀도보팅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견·중소기업 타격 커”

섀도보팅이 폐지되면 상장사 경영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섀도보팅제도는 최대주주를 비롯한 오너 일가의 이해만 반영하는 제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기업에서 감사 선임 등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 3년간 폐지가 유예되면서 기업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며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과 맞물려 소액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 지배구조 개선 등의 순기능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장사들은 대안 없이 섀도보팅을 없애는 건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소액주주가 주총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사례는 많지 않다는 ‘현실론’을 내세운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소액주주들의 주식 평균 보유 기간은 코스닥시장이 2.2개월, 유가증권시장이 4.9개월에 불과하다. 정구용 상장사협의회 회장(인지컨트롤스 회장)은 “상장사의 높은 주식 분산율과 소액주주의 주총 무관심, 감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주요국보다 까다로운 의결요건 등을 감안하면 섀도보팅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부작용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보다 훨씬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재범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에 따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본격적으로 코스닥 투자를 늘리기 전까지만이라도 섀도보팅 폐지를 유예하거나 상법 개정을 통해 주총 결의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섀도보팅은 상장사의 원활한 주총 개최와 안건 승인을 돕기 위해 1991년 도입됐다. 공정한 주주권 행사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2014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상장사들의 반대로 올해 말까지 3년간 유예됐다.

■ 섀도보팅

shadow voting. 정족수 부족으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주주 100명 중 10명이 주총에 참석해 찬성과 반대가 7 대 3으로 나올 경우 나머지 90명도 이 비율대로 표결한 것으로 계산한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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